듣는 이야기

나의 음악 이야기: 그리스 민중가수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

BloomingDream 2024. 4. 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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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정서의 음악이 파두(Pado)라면 그리스에는 렘베티카(렘페티카)가 있다.
 
1830년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그리스는 제1차 세계대전 (1914년부터 1918년까지) 후 오스만 제국이 쇠퇴하자 오히려 오스만 제국 본토에까지 진격해서는 아나톨리아(소아시아) 지역 일부를 차지하게 되는데, 튀르키예는 훗날 국부로 불리는 아타튀르크가 튀르키예 공화국을 건국하고는 튀르키예 본토에서 그리스를 몰아낸다. 이때 그러니까 1923년에 튀르키예 땅에 거주하던 그리스인 150만명 정도가 그리스로 쫓겨나고 그리스에서는 50만명의 튀르키예인들이 추방되었다.
 
기나긴 세월동안 튀르키예 땅에 살다가 그리스 정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한 순간에 그리스로 쫓겨난 사람들 중 일부는 그리스말도 할 줄 몰랐다하고 그리스로 와서는 빈민층으로 전락하게 되는데, 렘베티카라는 말이 바로 빈민층을 뜻하는 튀르키예어라고 하고, 그들이 주로 정착한 그리스 항구 도시 피레우스에서 오늘날 그리스 정서를 대표하는 노래 장르로 발전했다고 한다. 내가 듣기에는 파두 같기도 하고 우리의 '창' 같기도 하고, 둘 다 '한'이 서린 만큼 렘베티카에도 한의 정서가 물씬 묻어난다.
 
렘베티카를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그리스 대표 가수가 바로 민중가수 마리아 파란투리 (Maria Farantouri)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스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1967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1974년까지 군부 독재정권으로 고통받았는데, 이 기간동안 '헬라스의 목소리'라 불린 마리아 파란투리도 해외 망명생활을 했다고 한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To Treno Fevgi Stis Ochto)'는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는 통속 노래가 아니라 돌아올 줄 모르는 민주주의에 대한 애절한 갈망이라고 해야 하겠다. 이 노래는 우리나라 조수미씨를 포함하여 여러 유명 가수들이 불러서도 유명하지만, 민중가수 마리아 파란투리의 목소리로 들을때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몰려온다.

(출처 : RaySoda)


 

https://youtu.be/5J3HZxp7utQ?si=Txes6j5XS23qEnnl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카테리니행 기차
11월은 남아있지 않으리
당신 8시를 기억하지 말아요
당신 8시를 기억하지 말아요
카테리니행 기차를
11월은 남아있지 않으리
 
갑자기 당신을 다시 찾았어요
레프테리에서 우조를 마시는 당신을
밤은 다른 곳에는 오지 않으리
당신만의 비밀로 간직하리
당신만의 비밀로 간직하리
그리고 기억해요, 누가 알까요
밤은 다른 곳에는 오지 않을 것을
 
기차는 8시에 떠나네
하지만 당신은 홀로 남았네
카테리니 파수대를 지키며
안갯속에, 5시부터 8시까지
안갯속에, 5시부터 8시까지
당신 심장에서 칼이 되어
카테리니 파수대를 지키며
 
이 곡 한글 가사가 거의 다 번안된 버전이라서, 영어 번역본을 찾아 나름 한글로 옮겨 보았다. 가사 자체가 알려진 바와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