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 이야기: 기고만장 한 것 보다는 고개 숙인 게 낫다 (옌틀로운 법칙)
기고만장(氣高萬丈) : (1) 펄펄 뛸 만큼 대단히 성이 남 (예; 기고만장해 가지고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2) 일이 뜻대로 잘될 때, 우쭐하여 뽐내는 기세가 대단함 (예; 시험 좀 잘 봤다고 기고만장 해서는)
맥락도 없이, 쓰여진 그대로, 읽히는 그대로, 이해할 지라도 덴마크에서 물 건너 온 '옌틀로운 법칙(영어로 Law of Jante, 얀테의 법칙)'에 대해 한 번쯤 들어 본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옌틀로운 법칙이란... 덴마크에서 태어나서 노르웨이에 정착한 작가 Aksel Sandemose(악셀 산드모스, 1899~1965)가 1933년에 출간한 실험적 사회 풍자 소설 'En flyktning krysser sit spor (A Fugitive Crosses His Tracks)'에서 유래되었다고 하고, 이 소설 속에서 노동자 계층이 모여 산다는 허구의 작은 마을 옌틀로운(Janteloven, Jante)의 사회 공동체적 행동 규범(Code of Conduct)라고 한다. 이 규범(법칙)을 깨트리며 자신만 돋보이려 하는 자가 있다라면, 소설 속에서 사회적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었다고 한다. " You shall not believe you are special." ("너가 특별하다고 믿어서는 안돼.")라는 도덕적 가르침으로.
영어 책 제목 'A Fugitive Crosses His Tracks'가 국내에서 한글로 출간된 기록을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유혹한 친구를 살해하고 도망간 주인공 (fugitive)이 좀 더 구체적으로 무엇으로부터 도망을 친 것인지, 자신의 지난 시절 인격체나 살아온 행적 (his tracks)을 어쩌다 가로지르고 있는 것인지 또 가로지른다 (cross)는 의미를 자세히는 몰라서 맥락을 정확히는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책에서 이들 법칙이 구체화 되기 전에 이미 스칸디나비아 국가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에서는 '혼자 잘났다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우쭐대는 사람을 경계하고', '다름 사람들과 비슷하게 살려는' 사회적 통념이 보편적으로 퍼져 있었다고 한다.
이걸 단순하게 '평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조금은 무리가 있다라고 본다. 즉, 잘난 체 하는 것의 반대 가치가 과연 무조건적 평등 또는 모두가 존중 받아야 한다는 것일까 싶은 것이다.
아무튼, 옌틀로운 법칙을 열거해 보면;
1. You're not to think you are anything special.
네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지 마라.
2. You're not to think you are as good as us.
모든 사람이 똑같이 중요하다고 믿어야 한다.
3. You're not to think you are smarter than us.
네가 다른 사람보다 영리할지는 몰라도 더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4. You're not to convince yourself that you are better than us.
모든 사람이 너만큼은 잘 한다고 믿어야 한다.
5. You're not to think you know more than us.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것은 알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6. You're not to think you are more important than us.
모든 사람이 너와 동등하다고 믿어야 한다.
7. You're not to think you are good at anything.
모든 사람이 각자 잘하는 것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8. You're not to laugh at us.
다른 사람을 비웃어서는 안된다.
9. You're not to think anyone cares about you.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고 믿어야 한다.
10. You're not to think you can teach us anything.
누구한테나 무언가 배울 점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어떤 비평가는 작가가 엔틀로운 법칙을 지지했다라기 보다는 비꼬아서 풍자했다라고 보았다. 다음과 같은 작가의 말을 인용해서 말이다:
“Morals are always erected by people who know where their next meal is coming from. But everything goes, for ourselves, when we are without even a biscuit to nibble.”
나는 이 말을 '도덕이란 것도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지지하는 것이지, 당장 먹을 것 하나 없는 사람에게는 허상일 뿐이다.'라고 해석이 된다.
따라서, 잘 나가는 사람들을 시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복지제도가 발달한, 즉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세금을 내도록 하여 빈곤한 사람이 없게하는,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처럼 '잘 나가는 사람들'은 개인적 욕망만 채울 게 아니라 다수의 보통 사람들도 잘 살 수 있게끔 본인들의 책무를 잘 하도록 사회적 당위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 법칙의 올바른 해석이 아닐까 싶다.
바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아닐까.
그 비평가의 말 중에 다음과 같은 게 있다. "children are both a product of and a producer of the culture in which they are raised. We are social beings, and that means that we can get really messed up by that society, but also that we will be messed up if we aren’t in that society." 즉, 아이들이야 말로 사회적 문화에 따라 인성이 길들여지기도 하고 또 사회적 문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어차피 사회적 존재라서 사회성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사회성 없이도 또 힘든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옌틀로운 법칙을 운운하는 것은 이왕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는 것, 설령 잘난 사람이랄지라도 기고만장 하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모두가 조화롭게 다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 뭐 그런 이상적인 의미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