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포 이야기: 삼각지 '평양집'
'수요미식회’라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비교적 장수했던 미식 토크쇼를 아직 기억하는 분들도 계실텐데, 당시 단순한 맛집 소개나 먹방이 아니라 음식의 스토리에 집중해서 맛집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는 긍정 평가가 많았던 프로그램이었다고 하는데,
수요미식회가 100회 특집 (2017년)으로 그간 섭외가 어려웠던 세 곳을 소개할 때 그중 한 곳이 바로 삼각지에 위치한 평양집이다.
평양집이 삼각지에서 개업한게 1973년이라니 이제 50년 전통으로 나름 노포 반열에 올라섰다는 생각이고,
무엇보다 내가 갓 사회에 뛰어든 신입사원이었을때 '입맛이 늙었다'고 속으로 투덜대면서도 차장님, 부장님 점심식사길에 졸졸 따라나서서 기호에도 맞지않던 추어탕, 내장탕 류를 즐겨 먹어야만 했던 그 시절의 단골집으로서 (그때 회사가 서울역 바로 앞에 있어서 그리 멀지 않았음) 이제는 아련한 기억일 뿐인 (지금은 장년이 되었을) 그때 그사람들과의 추억의 장소이니... "맛은 꼭 혀에만 남는 게 아니고 기억이나 분위기나 같이 했던 사람들이 남는 것입니다“(수요미식회 자문위원 예종석 교수) 바로 이 말과 같은 나의 노포 노스탤지어 조건에 딱 부합하기도 한다.
좀처럼 삼각지 쪽으로 갈 일이 없다가 최근 주말에 삼각지 지나다 마침 눈에 띄길래 최애 시그니처 메뉴인 내장곰탕 한 그릇 먹을까 들렀더니, 양철 드럼통 같은 테이블도, 깍두기 반찬 한가지만 내오는 것도, 꽉 들어찬 사람들도, 그리고 양과 소 내장을 우려낸 맑은 국물의 깔끔한 뒷맛도 모두 다 그때와 마찬가지이다. 다만 달라진 것은 바로 지금의 나 그리고 켜켜이 먼지 쌓인 추억 밖으로 나오지 않는 그때 그사람들.
평양집 주소는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86 이며, 버스와 지하철 4호선, 6호선 삼각지역에서 매우 가깝게 위치한다.
곱창과 양으로도 매우 유명한 곳이지만 내 기준으로 내장곰탕 다음가는 시그니처 메뉴는 철근으로 만든 듯한 석쇠에 구워먹는 차돌박이다.
참고로, 이곳 단골로 알려진 연예인분들이 여러 분 계신데, (맛잘알, 찐맛천재라고 하는) 홍진경씨가 단골 맛집 여섯 곳을 말했을때 그중 하나가 평양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