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이야기

나의 문학 이야기: 예이츠 '낙엽'

BloomingDream 2024. 6. 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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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갈 곳 없는 길을 가고 길엔 온통 낙엽뿐이다.'
 
'순례길'이라 이름 붙은 북한산 둘레길을 걸어 보광사에 이르는 동안 만나는 낙엽진 오솔길의 정취를 이렇게 제목을 달았다.
 
"바람이 숲을 쓸고 지나간다. 바람에 꺾인 잎새들이 다시 숲에 내려와 쌓인다. 온통 낙엽이다. 잎은 거기, 바람은 거기, 숲은 거기. 천년이나 한 철이나 한 장 낙엽이기는 마찬가지. 기대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시간. 쌓이는 낙엽을 밟으며 길을 시작했다. 밟히는 낙엽마다 시가 적혔고, 밟힌 시들은 가슴에 와 쌓인다. 이 길을 걷지 않았다면 가을은 끝나지 않았으리. 이 낙엽을 밟지 않았다면 예이츠는 없었으리." (출처: 현대불교신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는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극작가이다. 아일랜드 문학을 넘어서서 20세기 영문학에 있어서 그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환상적인 주제의 낭만적인 시가 많으며, 1923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The Falling of the Leaves
by William Butler Yeats 
 
Autumn is over the long leaves that love us,
And over the mice in the barley sheaves:
Yellow the leaves of the rowan above us,
And yellow the wet wild-strawberry leaves,
 
The hour of the waning of love has beset us,
And weary and worn are our sad s ouls now:
Let us part, ere the season of passion forget us,
With a kiss and a tear on thy drooping brow.
(poets.org)

 

 
한글로 적은 많은 'the Falling of the Leaves' 시 중에서도 나는 고 장영희 교수의 다음 시를 가장 좋아한다.
 
 
낙엽
 
우리를 사랑하는 긴 나뭇잎 위로 가을이 당도했습니다.
그리고 보릿단 속 생쥐에게도
머리 위 마가목은 누르슴히 물들고
이슬 젖은 산딸기 잎도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사랑이 이우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우리들의 슬픈 영혼은 이제 지치고 피곤합니다.
헤어집시다. 정열의 시간이 우리를 잊기 전에
수그린 당신 이마에 입맞춤과 눈물을 남기고….
 


 
얼마전 가수 린이 모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내 마음 갈곳을 잃어'라는 옛 가요를 불렀다.
 
원곡자인 최백호 씨의 담담한 이별의 감성과는 사뭇 다른 여인의 슬픔 감정이 여름을 향해 내달리는 계절에도 때이른 가을을 느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정열의 시간이 우리를 잊기 전에, 아니, 이미 사랑은 정열을 잃었기에... 여전히 이별을 어려워하는 이의 이마 위로 한 번의 입맞춤(a kiss)과 한 방울의 눈물(a tear)을 남기며 그렇게 이별을 고한다.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에 가을을 먼저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