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이야기

나의 산책 이야기: 안산 자락길 그리고 덜 알려진 길

BloomingDream 2024. 4. 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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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지막 날 오전 안산을 오르는 길가엔 개나리가 한창이다. 그래도 예년만큼은 흐드러지게 피어나지 못한 것 같아 이 또한 기후 영향이지 않을까 싶어 많이 아쉽기도 하다.

안산을 오르는 길은 참 다양한데 이길은 홍제 한양아파트 후문 쪽에서 오르는 비교적 수월한 길이랄까

 



첫 번째 길

자락길에 올라서서 너와집 쉼터로 올라가는 샛길로 빠져서는 쉼터는 그냥 스쳐지나고 봉화천 약수터로 계속 오르다 보니 작은 연못에 아마도 청둥오리인지 두 마리 철새가 노니는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그리고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닌지라 한참을 서서 바라본다.

뒤돌아 바라본 작은 연못, 청둥오리 놀이터


무악정으로 향하는 오솔길은, 자락길 데크길이 오가는 사람으로 한창 붐빌 때에도, 늘 한적하다. 낯익은 이곳 늙은 벚나무들이 온 힘을 다해 벚꽃을 피워내고 있고 며칠 더 지나면 이 길은 벚꽃잎들로 말 그대로 꽃길이 될 터이다.


무악정 아래를 지나 다시 데크길로 올라서서 잠시 숲속무대 방향으로 걸어 내려오면, 데크길을 벗어나 연세대학교 방향으로 이어진 숲길을 찾게 된다. 이 길로 들어서서 잠시 내리막길을 걷다 이내 우측으로 방향을 선회하면...


데크길과 숲속무대를 위로 올려다보는 잘 닦여진 오솔길이 발길을 잡아 끈다. 산길을 걷는 기분이 아니라 유럽 어느 울창한 숲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이 길이 새로 닦여지기 전에도 걷기는 불편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나름 세련되게 더 편하게 (맨발로 걷는 분들 자주 볼 수 있다) 걸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5월이 되고 지금은 헐벗은 메타세쿼이아가 잎을 피우면 이 길은 말 그대로 녹음이 짙은 '걷는 이'의 휴식처가 될 터이다. 군데 군데 놓여진 걸터앉거나 드러누울 것들이 그때는 빈자리를 쉽게 보여주지는 않을듯해서 미리 서운해 진다.



두 번째 길

첫 번째 길과는 어쩌면 반대로 걷는 길이라고 할까. 들고 나고는 길이 다르지만 목적하는 곳은 같다.

자락길을 쭉 따라 걸어 서대문구청 가까이 아스팔트 길에 이르면 이젠 꽤나 유명해졌을 황토길을 걸을 기회가 주어진다.

최근에 더 확장된 황토길


아스팔트 길이 끝나고 다시 숲속무대로 이어지는 데크길에 진입하면 곧 아래 이음길 지점에 다다르고, 데크길을 빠져나와...


여기도 길인가 싶을 좁은 오솔길로 환승해서 건다보면


나만 알고 싶은 그래서 늘 한적했으면 하는 숲길을 걷게 된다. 이 숲길을 걷노라면 마주치는 사람과 부딪힐까 걱정도 없이 그냥 무념의 상태가 되곤 한다.

좀 더 신록으로 우거지고 봄꽃들이 여기저기 만개할때 더 걷고싶은 길.


5월이 되어 메타세쿼이아 푸른 잎이 하늘을 덮을 때를 벌써부터 기다려본다.


짧은 숲길을 빠져나와 다시 데크길로 오르고


위로 위로 올라 무악정에 이르면 나만의 안산 산책 여정도 그렇게 끝이 난다.


무악정 오르는 길가에 지난 가을부터 덮고 있었을 낙엽이불을 이제서야 걷어찬듯 이름모를 봄꽃이 수줍게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