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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이야기

나의 문학 이야기: 우리는 너무 세속에 물들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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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연찮게 '홍진(紅塵)에 묻히다'라는 아주 옛스런 표현을 보게 되었다. 수능국어를 공부하거나 고문학에 취미가 있지 않다라면 살면서 한 번이나 보거나 듣거나 쓰거나 할까 싶은 말이다.
 
'홍진(紅塵)'이라는 한자어는 붉은먼지, 즉 흙먼지라는 뜻이니, '홍진에 묻히다'는 비유적으로 '흙먼지 풀풀 나는 속세에서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 모습'과 같은 뜻이 아닐까.
 
정극인(丁克仁, 1401~1481)의 시가 '상춘곡(賞春曲, 봄의 감상)' 첫 행에 '홍진'이 등장한다. 4행만 옮겨 보면...
 

 

 

'홍진' 때문일까, 영국 낭만주의 자연 예찬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1850)'The World is too much with us'를 다시 읽고싶은 오늘이다.
 
상춘곡과 마찬가지로 이 소네트 (Sonnet, 14행 정형시)의 첫 4행만 가져와보면,
 
The world is too much with us; late and soon,
Getting and spending, we lay waste our powers;
Little we see in Nature that is ours;
We have given our hearts away, a sordid boon!
 
우리는 너무 세속에 머물러 있네. 일찍 일어나 밤늦도록
벌고 쓰면서, 우리는 힘을 소진시키고 있으니.
우리는 거의 보지 못하네. 우리 것인 자연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가슴을 내팽개쳤네. 너절한 축복이여.
 

(번역 출처 : 양현철(나사렛대학교)의 논문 '김소월과 윌리엄 워즈워스의 자연시 비교분석')

 


대체 2백년 전의 이 시가 왜 이토록 가슴에 와 닿는 것일까...


 
시의 전문:
 

 

 

이 시는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이 시에서 'World'는 '세상'이 아니라 '세속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다. 간혹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하다',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 힘들어졌네',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 벅차다'와 같은 번역도 보게 되는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해석으로) 문제는 '사람'에 있는 것이지, '세상'을 나무랄 일이 아닐텐데 말이다. 

 

출처 : https://wbssccounsel.blogspo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