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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야기

나의 노포 이야기: 보광동 '댓잎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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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보광동에 위치한 댓잎갈비는 서울 2024 블루리본 2개를 받은 곳이다.
 

출처 : 블루리본 서베이

 
블루리본 개수의 의미는... 1개는 시간을 내어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 2개는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 3개는 최고 평점으로서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솜씨를 보이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니, 블루리본 2개 받은 댓잎갈비는 엄청 유명한 곳은 아닐 수 있으나 인터넷에서 넘쳐나는 상업적 목적의 맛집이나 글쓴이의 주관적 맛집일 리스크는 어느 정도 배제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지않나 싶은데, 맛은 그렇다치고, 과연 이집이 노포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는 객관적으로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1987년에 개업했다고 하니 오래된 곳은 맞겠으나 아직 40년이 채 안되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노포 이야기 두 번째 스토리로 올린 이유는 이곳도 이런저런 추억이 서린 곳인 터이다. (물론 형편없는 곳이라면 추억이란 게 생길 까닭도 없을테지만)

이곳은 우선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찾아가기는 쉽지 않은 곳인데다, 손님이 알아서 찾아들라는 듯 겉모양은 여느 식당과 다름이 있다.

몇 번은 아래 사진의 '댓잎갈비'라는 간판 아래 좁은 주차장 안으로 차 밀어넣어두기도 하였지만, 대개는 도로가에 차를 정차하면 발렛파킹 해 주시는 분이 바로 도움을 준다.
 

이곳은 차를 가지고 가서 발렛파킹 부탁하는게 보통이다.
마당을 가로질러 식당 입구를 찾는다. 외관도 내부 상태도 세련되고 깔끔한 것과는 거리가 좀 있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이곳 인테리어를 '토속적'이라고 표현했던데, 그것도 내 생각으로는 좀 아닌 것 같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뒤돌아 보면, 고가도로가 시야를 막아서 볼 품이 훼손되긴 했어도, 나름 한강이 보이는 운치가 느껴진다.

 
 
아이들이 돼지갈비 자체를 좋아해서 이곳저곳 맛집 검색을 해서 다녀보았는데, 결국 이곳으로 되돌아 오긴 하지만 그때마다 미국산, 캐나다산 수입 돼지고기를 사용하면서도 가격이 좀 센 것 아닌가 생각해 보긴 한다. 그래도 봉피양처럼 배불리 먹기에 무척 부담스러운 곳은 또 아니다 싶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심정이랄까.
 

2024년 1월말에 방문했을 때의 가격표

 
 
이곳을 처음 방문한 게 벌써 십 수년전인 것 같다. 회사 고위 임원과 함께 저녁 회식을 하러 여의도에서 보광동까지 찾아왔다. 당시 회사 근처에 산재한 소위 맛집들을 놔두고 퇴근시간 차량 정체를 무릅쓰고 이곳까지 찾아온 것에 대해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이내 깨닫게 된 것이 '파인 다이닝이든 노포든 숨은 맛집이든' 체면 차릴 모임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는 그들만의 리스트가 있구나 그거였다.
 
맛있는 음식을 먹게되면 (블루리본 한 개 이상 정도가 되면) 가족이 생각이 나는 것이 또 우리의 일상이 아닐까... 대개는 생각만 하고 마는데, 이곳은 처음 알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가족들을 데리고 주말 점심 때 찾게 된 곳이고 어린 아이들이 어찌나 맛있어 하는지, 데려오길 참 잘했다는 그 뿌듯한 감정이 아직도 시들지 않고 내 기억에 살아있다. 그 이후로도 이곳 돼지갈비는 상대적으로 즐겨 찾는 외식 메뉴로 자리 잡았지만, 문제는 그때의 뿌듯함을 재탕 삼탕 우려내고 싶음에도 갈수록 그런 뿌듯함이 식상해 지고 집착할 수록 꼰대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제는  다들 각자의 일로 바빠지면서 다같이 모여 식사할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게 내게는 크나 큰 아쉬움이 되고, 그것이 마치 이곳의 돼지갈비가 마치 노포 추억인양 인식되게 된 계기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양념된 생고기를 쟁반에 담아 내어올 때 고기 위에 길쭉한 댓잎을 하나씩 올려놓더니, 초벌한 상태로 내어오고 부터는 댓잎 볼 일이 없어졌지만, 이곳 돼지갈비 감칠 맛의 비결은 대나무 수액, 감잎, 질경이, 칡잎을 숙성해서 만든 양념에 갈비를 재우고 댓잎을 같이 넣어 숙성하는데 있다고 한다.
 
초벌을 해서 내오니 고기 익는 속도도 빨라서 점심 때인데도 이제는 4인 가족이 한 번 먹기 시작하면 금새 이십 만원 돈을 지불할 만큼 먹어재낀다. 이제는 한자리에 모두 모이기도 힘들어지기도 했으니, 그럼에도, 이곳에 돼지갈비 먹으로 가자고 하는 요청사항이 나오는 그 순간과 더불어 거절하지 않아도 되는 현재의 내 형편에 감사해야 할 것같다.
 
참고로, 그렇게 먹고도 애들은 후식으로 냉면을 시켜 먹는데, 개인적으로 추어탕이 상당히 맛이 깔끔해 좋아라 한다. 둘러보면 추어탕 드시는 분들이 꽤나 보이기도 한다.